[천자칼럼] 걷기 예찬

입력 2023-12-27 17:58   수정 2023-12-28 00:11

<나는 걷는다>는 실크로드 1만2000㎞를 3년에 걸쳐 걸은 대기록으로 현대의 걷기 고전이다. 프랑스 언론인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정년퇴직 후의 이 책으로 첫 도보 실크로드 완주자로 공인받았다. ‘이스탄불에서 시안까지 느림, 비움, 침묵의 1099일’이라는 부제로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돼 호평받았다. 올리비에 정도면 걷기에서 구도자를 넘어 입신 경지에 달했다고 할 만하다. 삶의 성찰과 예지가 곳곳에 번뜩이는 이 기행문을 읽다 보면 마력 같은 걷기의 매력에 흠뻑 젖어 든다.

걷기 예찬론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마이카 시대에 대중교통 시스템도 갈수록 다양·편리해지고 있다. 그럴수록 걷기족은 더 늘고, 산 따라 강 따라 산책로도 늘어가는 게 역설적이다. 제주 올레길 이후 전국 각지에 편하고 개성 넘치는 둘레길이 무척 다양해졌다. 요즘은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나 산티아고 가는 길을 찾는 ‘원정 고행족’도 적지 않다. 가히 걷기 전성시대다.

걷기는 심신에 두루 좋다. 바른 자세로 걷기만 규칙적으로 해도 인간 질병·질환 90%가 예방·치료된다는 전문가 주장도 있다. 시선은 상방 15도에 두고, 가슴과 허리는 곧추 펴고 걷는 게 좋다. 유산소 운동이 되려면 10% 정도 속도를 더 내거나 보폭을 5㎝쯤 넓게 잡으면 효과적이다. 미음완보(微吟緩步: 작은 소리로 읊조리며 천천히 걷기)라는 말도 있으니, 조용한 산책은 그 자체로 명상이다. 심적 평안, 힐링으로 최고다. ‘속보이어신(速步利於身: 빠르게 걸으면 몸에 좋고) 안행이어심(安行利於心: 천천히 걸으면 마음에 좋다)’이라면 좀 거창한가. 요컨대 바르게, 부지런하게, 즐겁고 편안하게 걸을 일이다.

보건복지부가 연간 최대 8만원의 보상금을 걸고 국민 걷기 권유에 나섰다. 포인트형 건강생활실천지원금인데, 만성질환관리 차원이다. 109개 시·군·구에서 오늘부터 시행한다. 걷기로 국민 건강이 좋아지면 건강보험 지출이 줄어드니 괜찮은 인센티브다. 토스, 캐시워크 같은 기존 정보기술(IT) 서비스 앱의 소소한 포인트보다 체계적이다. 2024년 새해 걷기 목표를 정해보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일만보(一日萬步)’는 어떤가.

허원순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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